감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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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강, 서럽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감상하자 2025. 1. 26. 09:00
작년에 읽은 책 독후감. 요즘 말이 거칠어져서 시집을 읽고 싶었다.'서럽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가 한강이 아닌, 시인 한강은 어떨까?소설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두 번 읽게 되는 시.단어의 표현이 날 것이고, 읽을수록 외롭고 쓸쓸했다. 제일 불편했던 시는 '마크 로스코와 나'내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아파서도 아니고아무 이유도 없이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나는 두 팔로 껴안고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왜 그래왜 그래왜 그래내 눈물이 떨어져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괜찮아괜찮아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아이의 울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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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양귀자, 모순감상하자 2025. 1. 25. 09:00
작년에 읽은 책 뒤늦은 기록.공감되는 안진진의 생각들, 써먹어 보고 싶은 표현들,다이나믹한 전개 등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책. 풍요와 빈곤, 행복과 불행, 정신과 육체, 삶과 죽음. 하나의 개념에 필연적으로 잇따르는 반대어,이것을 '일란성 쌍둥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었다는 게 감탄이 나왔고제목 또한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씹을 줄만 알았지 즐기는 법을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에피소드란 맹랑한 것이 아니라 명량한 것임에도.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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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감상하자 2025. 1. 24. 13:08
작년에 읽은 책인데, 독후감을 이제야 쓰는 게으름뱅이.읽게 된 계기는 비틀즈 비하인드를 듣다가 존 레논을 살인한 살인자가경찰한테 잡혀가기 전 벤치에서 앉아 읽었던 책이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한다.이 외에도 살인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 책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책 출간 당시 미국 분위기는 시인 로버트 로웰에 의하면 '진정제를 맞은 시대'라고 표현했다.그야말로 순응하는 시대, 2차 세계대전 직전 미국을 덮친 대공항 이후 전 세계 부의 중심이었던 미국.경제적으로는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중산층은 늘어가고 사회는 점점 보수화가 되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매카시즘이 찾아왔다. 반면 젊은이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기성세대들이 답답했고위선이 가득했던 50년대 시대적 배경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저항의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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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조지 오웰, 동물농장감상하자 2024. 8. 6. 16:31
평소 민음사 유튜브를 즐겨보는 편인데, 아부(아란 부장님 줄임말ㅋㅋ)가 영상에서 이 책을 굉장히 많이 추천해서 궁금했었다. 이제 다른 동네 멀리 도서관을 가지 않고, 집 근처 도서관에서 상호대출서비스를 받아 책을 빌렸다. 대충 줄거리는 이렇다. 인간인 존스가 운영하는 메이너 농장에는 개, 돼지, 양, 말, 당나귀, 소, 닭 등 여러 동물들이 노예처럼 일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어느 날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한밤중 동물들을 모아 인간의 야비함에 대해 지적하며 혁명을 일으키는 연설을 시작한다. 동물들은 연설을 듣고 모두 분노에 휩싸여 동조하며 돼지들을 선두로 인간들을 농장에서 모조리 내쫓는다. 그 후 동물들은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 라는 구호 아래 '메이저 농장'에서 동물이 주가된 '동물 농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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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허준이 교수 서울대 졸업 축사감상하자 2024. 7. 20. 08:00
며칠 전, 시어무니랑 정우를 돌보며 유퀴즈를 시청했다.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 허준이 교수. 서울대 졸업 축사 장면이 나왔는데, 한 구절 한 구절 철학적이고 예쁜 말들이 많아 기록하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 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 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삼분의 일을 지나 보냈습니다. 혹시 그중 며칠을 기억하고 있는지 세어 본 적 있으신가요? 쉼 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잡고 있을 날들은 삼만의 아주 일부입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 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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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감상하자 2024. 7. 19. 21:28
어렵게 읽은 책. 한 구절 한 구절이 예술이였다. 100% 이해하지 못해 다른 후기도 찾아보며 여운을 느꼈다.작가적인 해석으로는 아무래도 공산주의를 겪었고 민족주의 같은건 혐오하니까 무거운것을 경계하자는 의미가 맞다고 생각되고, 가벼운것에 힘을 실어준것은 맞지만 무거운것을 부정한건 아닌것 같다.쿤데라는 극단(가벼움이던 무거움이던)을 피하자고 애기 하는거 같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가벼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처음 소설 읽을 때도 사비나랑 토마스가 더 맘에 들었다. 특히 사비나가 독특해서 독자들이 매력적인 캐릭터로 느낄것 같다. 사비나가 애기하는 부분들에 공감이 되지만 사비나가 막판에 이젠 무엇을 배신해야하나? 초장에 니체 얘기를 꺼내면서 무거운것은 안 좋은거고 가벼운것은 찬란한것인가?니체의 영원회귀(대충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