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시] 한강, 서럽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감상하자 2025. 1. 26. 09:00
    728x90
    반응형

    작년에 읽은 책 독후감.
     
    요즘 말이 거칠어져서 시집을 읽고 싶었다.
    '서럽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가 한강이 아닌, 시인 한강은 어떨까?
    소설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두 번 읽게 되는 시.
    단어의 표현이 날 것이고, 읽을수록 외롭고 쓸쓸했다.
     
    제일 불편했던 시는 '마크 로스코와 나'
    내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히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한강의 소설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그녀의 소설에 어질없이 고통받는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분명한 사실은 재차 강조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육체적 고통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인물들이나 그러한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에게서 어떤 결기마저 감지될 정도로 한강의 인물들은 일상의 건강한 삶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생리적 예민함을 드러냄으로써 일상적 세계에 대한 부적응을 증명하는 인물로부터, 급기야는 자신의 몸을 완전히 파괴하면서까지 이 세계에 대한 전면적이고도 강력한 거절의 의지를 드러내는 인물에 이르기까지, 이제껏 한강의 인물들이 보여준 고통의 양상들은 날로 진화해왔다. 뿐만 아니라 한강은 그 고통의 기원으로부터 구체적이고도 특별한 불행들을 점차 소거해왔다. 고통의 기원을 텅 빈 자리로 남겨놓음으로써 한 강 소설은 인간에 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저 인간에 대해 쓰고 있다."라고 말한 그녀가 고통받는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인간의 진실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고통이 아니었을까. 인간에 대한 탐색은 언어에 대한 탐색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지어주는 유일한 종차가 바로 언어라는 당연한 사실 때문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대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