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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못 올리는 갬성글(경험하고 느낀것)을 회고하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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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세이] 이적, 이적의 단어들
    감상하자 2023. 7. 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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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국사 템플스테이를 가게되면서 저녁에 짧게 읽을만한 책이 필요했다. 목요일 퇴근 전, 라운지에서 발견한 책 ‘이적의 단어들’

    평소 일상 생활에 쓰이는 단어를 제시하고, 그 단어에서 촉발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예전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이적이 올린 게시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글을 읽고 바로 팔로우를 했다. 읽고 싶었던 책 중 하나였는데 반가웠고, 템플스테이를 가서 읽을 생각을 하니 뜻 깊었다.


    첫 장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던 내용. 제목은 인생.

    전설에 따르면 중년에 접어들며 인생이 생각보다
    형편없이 짧다는 것을 깨달은 두 명의 현자가 있었으니, 어느 맑은 봄날, 한 명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충실하게 살자"라고 결심했고, 다른 한 명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자유롭게 살자"라고 작정했다.
    훗날 그 둘이 죽음에 이르렀을 때 첫 번째 현자의 제자들이 말하길, "스승님은 충실하게 사는 것은 남의 눈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두 번째 현자의 제자들이 말하길, "스승님은 자유롭게 사는 것은 남의 눈에 개의치 않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두 명의 현자들은 얼마남지 않은 인생을 각자 충실하게, 자유롭게 살자고 다르게 말하였다. 하지만 그 두 개의 의미는 다른 사람의 눈에 얽매이거나 개의치않고 원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의미는 같았다. 내 인스타그램 소개 문구 ‘상현이와 걱정보다는 생각을, 남들의 시선보다는 재미를 택하며 살고 싶습니다.‘도 이와 같은데, 지향하는 가치관이 맞아 더 감명깊게 읽었다.


    제목 홍어

    홍어 명인이 물었다.
    "남도에선 큰 집안일이 있을 때 홍어를 상에 올리는 데,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잔칫집 홍어와 상갓집 홍어의 차이를 아십니까?” “글쎄요. 맛이 다른가요? 분위기 탓일까요?"
    "잔칫집 홍어는 미리 날을 받아놓고 품질이 좋은 걸 찾아 충분한 시간과 정성으로 삭히니 맛이 좋지만, 상갓집 홍어는 갑작스럽게 구해 급히 올리는 것이니 맛있기가 힘들다는 얘기죠." 슬픈 일은 느닷없이 닥친다는 걸, 홍어로도 배운다.


    제목 상처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은 인성 교육 이야기
    를 들려준다.
    “종이에 사람을 그리세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며 종이를 구겨보세요. 이제 좋은 말을 하며 종이를 다시 펼치세요. 어때요. 구겨졌던 흔적이 그 대로 남아 있죠? 그래요. 나쁜 말을 하고 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답니다. 그러니까 친구한테 나쁜 말을 하면 안 되겠지요?

    친구랑 같이 공감했던 부분인데, 말로 백번 주의주는것보다 직접 아이가 체험하며 시각적으로 눈에 보이니 더 깊게 깨닳았을 듯 하다.


    제목 가치

    팬데믹 초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어렵사리 손에 넣었던 마스크 한 장을 친구에게 주었더니 진심으로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오늘 내가 그에게 마스크 몇십 박스를 보낸다 해도 그때처럼 감동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가치란 그런 것. 급격하든 완만하든 상황과 시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니 지금 내가 귀하게 여기는 것들의 가치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


    제목 원만

    둥글어진다는 건 무뎌진다는 걸까. 아니, 뾰족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섬세하게 느낀다는 거겠지. 2차 원에서 선으로 그린 땅 위를 별 모양이 구른다고 생각해보자. 별 모양은 뽀족하게 튀어나와서 땅 위에 닿는 부분과 아예 안 닿는 부분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닿는 부분은 무척 민감하지만 안 닿는 부분은 한 없이 둔감할 게다. 반면 둥근 원이 구를 땐 모든 부분이 빠짐없이 닿으며 땅 위의 전부를 느낄 테니, 무릇 뾰족한 사람을 두려워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어려워하라. 사실 그는 모든 걸 파악하고 예민하게 주시하는 이다.


    제목 짜증

    짜증을 내는 것은 상황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 무언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항의하고, 그게 받아들여 지지않으면 분노하자. 짜증은 분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면 승부를 피하며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는 우회로일 뿐이다. "아 진짜. 또 시작이냐, 짜증나게. 네가 맨날 그렇지 뭐" 짜증은 관계를 파괴하고 개선을 방해한다. 차라리 성실하게 화를 내고 끝까지 다퉈보자. 그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다.

    제목 수염

    아이가 아빠 얼굴을 다 그려놓고 연필을 세워 점들을 찍으며 " 아빠 수염' 이란다. 면도를 해서 희미할텐데 아이에겐 잘 보이나 보다. 내가 거울을 볼 땐 수염도 주름도 그저 조금 뿌옇던데,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어르신들끼리 "넌 어쩜 예전 얼굴 그대로다"라며 놀라는 거겠지. 마음의 눈을 가늘게 뜨고 이내 상대의 주름 그 너머 반가운 얼굴을 찾아내, 추억 속으로 쑥 들어가는 거겠지..

    가수라 작사도 하기 때문에 글을 잘 쓰시는 건지.. 노래도 잘 부르시고, 좋은 학교도 나오셨다고 하는데 정말 ‘천재 뮤지션’이라 불릴만 한 분인것 같다. 책도 책이지만 이적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깊게 다가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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