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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의동 보안여관] 이단 작가, 물 속의 돌
    감상하자 2023. 4. 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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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 2023년 3월 11일~4월 2일

     

    이단

    독일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학생이자 작가이다. 그리고 생존자다. 암투병의 지난 여정을 소재로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사진과 비디오, 오브제, 사운드 등의 다양한 매체로 구성되었다. 단은 개인의 상처와 아픔을 공론화하여 공동체의 지향을 환기시키고 연대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100일과 100달

    독일에 도착하여 매달 하나씩 모은 감자 100개와 교통사고로 다친 상처가 아무는 100 간의 기록을 사진으로 담았다. 너나없이 누구도 혼자 아프게 놔두지 않겠다는 집요한 의지와 행동력이 감자의 싹마냥 싹트고 있는듯 하다. 

     

    부치지 못한 편지

    한국 전시를 준비하느라 바쁜 어느 날이였다고 한다. 단은 잠시엄마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어미에게 자식의 고통을 어디까지 지켜보라고 있을까. 해가 지날수록 작아지는 여인에게 차마 못할 짓은 아닐까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하지만 단이 전시를 가장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바로 엄마일 것이다. 망설이며 지워버린 많은 끝에 남겨진 마디. ' I am really fine here.' 역설적이지만 끝끝내 전하고 싶은 진심은 어쩌면 한마디 뿐이다.

     

    암투병을 하며 기록으로 남긴 사진들. 이 모습들을 찍어오고, 전시회를 열며 어떤 생각과 마음이였을지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갔다.

     

    천장에 걸려있는 투병일지와 이 단의 몸이 커다랗게 프린트된 반투명한 얇은 여덟 장이 압도적인 시각 효과를 보여주며 넘실거린다. 천과 사이를 거닐며 눈에 보이는 너머로 진입하고, 흩어지고 중첩되고 완성되는 이미지의 보이지 않는 일부가 된다. 병들고 망가진 나와 건강한 나는 서로를 말없이 응시한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있는 일이 내게도 벌어진 것뿐이라는, 단순하고 아픈 진실이 서리서리 풀려나온다.

     

    겨울이 오면

    항암은 다분히 폭력적인 치료이다. 독한 약이 몸에 퍼지는 동안 통증과 신열에 시달리고 정신이 들면 도둑맞은 현재가 서럽다. 치료가 진행될수록 몸은 엉망이 된다. 가슴은 잘리고 피부는 그을고 딱딱하게 갈리지며 머리카락은 빠진다. 전시장 바닥에 나뒹구는 머리카락, 붕대, 케모포트, 굳은 , 붕대, 주사기, 포장지 등이 여지없는 증거물로 제시되며 고통스러운 현장을 있다. 

     

    벽에 붙어 있던 오르골.

    항암 시 괴로울 때 이 단 작가의 파트너가 고통을 달래려 틀어주던 노래라고 한다.

     

    이 전시회를 보며 우울함이 지속됬고, 나 뿐만 아닌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되새겼다.

    이 고통을 감내한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고, 작가님에게 진심어린 안부를 여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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