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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앤제이 갤러리] 권여현 작가, 감각의 구도자감상하자 2023. 4. 7. 09:00728x90반응형
헬렌앤제이 갤러리 / 2023년 2월 8일 ~ 3월 12일
Kwon Yeohyun; A Seeker after sense
권여현 : 감각의 구도자
권여현
권여현은 1980년대 중반 등장해 폭넓은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한국 현대미술계의 대표적인 중견작가다. 이번 전시는 <현대 한국미술의 발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견 작가를 집중 조명해 한국 미술의 중추를 다지고자 기획되었다. 이 기획에는 여섯 개의 전시공간이 함께했는데, 작가의 초기부터 최근 작품까지 각 공간의 해석에 따라 동시에 작가를 집중 분석한다는 데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 곳 헬렌앤제이 갤러리에서는 '일탈자들의 장소' 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근작부터 작가의 실험성과 저력을 잘 보여주는 90년대 중반의 '분장사진 시리즈', 퍼포먼스까지 보여줌으로써 권여현이라는 작가가 가진 실험정신을 조명하고, 전반적인 사고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했다.
권여현의 작품은 유려한 붓질을 통해 회화를 보는 즐거움을 주고, 곳곳에 자리한 상징들은 그림 읽는 재미를 준다. 그는 깊이 있는 철학적 사고와 독자적인 해석을 통해 화면을 구성해나가는데, 신화나 문학, 종교적 상징에 최근에는 영화적 시퀀스까지 더해 더욱 다채로운 화면을 구성한다.
1층에 전시되어 있던 2022년-2023년 작업한
낯선 숲의 일탈자들
작품에 등장하는 각각의 '일탈자' 들은 억눌린 본능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감각과 욕망을 분출한다. 이전에 비해 한껏 가벼워진 붓질은 이들을 어떠한 형태로도 구속하지 않으며 붓끝의 감각에 의존하며 나아간다. 권여현 회화의 특징이 고전 신화나 종교적 기호체계였다면 근작은 특정 인물을 지시하지 않으며 현실 세계에 존재할법한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인물들도 미디어에서 차용된 이미지들이며 작가가 감각적으로 반응한 이야기와 장면들이 하나의 상징적 체계가 되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재현을 거듭하며 이미지의 서사나 고유성은 흐려지고 그리는 행위, 순간의 감각적 움직임이 드러나게 된다.
권여현은 회화적 장치들이 하나의 맥거핀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맥거핀이란 일종의 영화적 기법으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를 말한다. 그림의 요소들이 붓질을 위한 하나의 맥거핀이라는 것이다. 화면의 다층적 구조 속에서도 결국 가장 중요하는 화가의 행위이며 내면의 감각 그 자체인 것이다. 그는 작업을 통해 자기 정체성과 자아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왔다. 다양한 이야기는 그의 철학적 관심사의 집합이며, 리좀(rhyzome)의 줄기들과 숱, 물은 그가 감각적으로 행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2층 2020-2021년 작업한
눈먼 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
접근하기에 따라 권여현의 회화는 찰나의 인상으로 각인될 수도 있고, 복잡한 수사학과 기호체계를 가진 난제로 남을 수도 있다. 그의 회화 작업은 환상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인 느낌을 주지만 가장 현실적 존재인 스스로에게 기인하고 있으며, 상상적 자아의 껍질을 들추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그는 규정된 법칙이나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자들을 찾아 헤맸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인 오필리아, 오이디푸스, 메두사 역시 일탈자였으며 작가 역시 한 명의 일탈자였다.
3층에는 1994-2002년까지의 '분장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회화의 과정 속에 내면화된 자아를 끄집어내 각각의 인물로 재탄생시킨 작업이다. 여자, 선비, 군인, 성직자, 화투맨, 거지, 무당 등 이들은 내재된 자아이며, 이들은 다시 사회적 시선에 맞춰 드러나게 된다. 우리는 일정한 틀을 가지고 개인을 규정하고, 자아는 하나의 견고한 독립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권여현은 내면을 수많은 자아의 집합체로 보았고, 그들로 분장함으로써 스스로와 마주하려 했다.
각각의 인물은 작가가 살아오면서 마주한 자신의 내면적 모습을 발화이며, 이 모든 인물이 합해질 때 비로소 권여헌이라는 주체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분장이라는 개념에서 몇몇 작가의 퍼포먼스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권여현은 불확실한 타자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인간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스스로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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