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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감상하자 2024. 5. 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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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로 눈에 많이 익은 '인간 실격'

    줄거리도 읽지 않고 궁금해서 바로 빌려 읽어봤다.

     

    무겁고 어두우며 인간의 바닥을 잘 표현한 소설.

    한 남자가 사회 부적응으로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를 잘 묘사한 것 같다.

     

    실제 이 책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죽기 한 달 전 탈고한 작품인데,

    소설 속 내용의 권위적인 집안 분위기와 수차례의 자살 경험, 술과 약물 중독, 정신 병원 입원 등

    작가의 실제 이야기가 상당 부분 녹여져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주인공 요조가 세 편의 수기를 통해 27년간의 생애를 스스로 기록한 형식의 이 작품은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다.

     

    첫 번째 수기는 순수한 천성을 타고난 주인공 요조가

    어린 시절부터 세속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속물적이고 가식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남다른 성향을 가지게 된 배경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 수기는 요조가 고향을 떠나 혼자 살아가면서 점차 세속에 물들어 가는 이야기다.

    도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 요조는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 몰래 화실에 다니면서

    그곳에서 호리키 마사오를 만나 인생이 바뀐다.

    세속적인 도시 생활을 경험하며 술, 담배, 매춘부 등이

    인간에 대한 공포를 잠시나마 달래줄 좋은 수단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퇴폐적인 생활에 점점 빠져든다.

     

    세 번째 수기는 요조가 집안으로부터 버려지고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이집 저집 전전하다가 폐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술에 절어 살던 요조 앞에 순결하고 어린 요시코가 나타나 생애 처음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꿈을 꾸며 그녀와 결혼한다.

    하지만 그 순수함 때문에 되레 욕보이는 요시코를 보면서 또 다시 사람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자신의 나약함을 견딜 수 없었던 요조는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자살 마저 실패하고 술을 끊고자 손대기 시작한 모르핀에 중독되면서 요조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내와 호리키, 시부타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되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고뇌의 단지가 비어버린 듯한 기분을 느끼며 요조는 큰 형이 마련해준 시골집에서 영락없는 폐인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리하여 그다음 날도 같은 일을 반복하고,

    어제와 다르지 않은 관례를 따르면 되지.

    거세고 크나큰 기쁨을 피하기만 한다면,

    자연히 크나큰 슬픔도 찾아오지 않는다.

    앞길을 가로막는 거추장스러운 돌을

    두꺼비는 돌아서 지나간다.

     

    읽는 나에게도 울림이 있었던 시. 나도 두꺼비진 않을까? 하며 두 번 곱씹었다.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작은 것에 반응하고 감사해 하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폐인이 된 요조는 세상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은 듯한 문장들이 나온다.

     

    개인과 개인의 싸움, 게다가 그때뿐인 싸움에서 이기면 되는 것이다.

    인간은 결코 인간에게 굴복하지 않으며, 노예조차 노예다운 방법으로 비겁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 인간은 그 자리에서 거는 한판 승부 말고는 살아남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목소리로는 대의명분을 외치면서도 노력의 목표는 항상 개인.

    개인을 이기면 또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인 것이다.

     

     

    책 내용뿐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에 허무주의 색채가 짙었다.

    베스트셀러인 이유도 허위에 둘러싸인 현실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주는 작품이라 그러지 않을까?

    인간으로서 실격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주인공 요조의 삶을 통해 세속에 대한 반감과 나약한 인간 존재의 본질을 잘 묘사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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