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나태주 대표시 선집: 걱정은 내 몫이고 사랑은 네 차지감상하자 2023. 8. 22. 21:28728x90반응형
누군가 그랬다. 말을 예쁘게 하고 싶가면 시집을 읽어라. 최근 명령조로 말하는 것 같아 나태주 시집을 찾아 읽었다.
나태주 시인은 충남 출생의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1년간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기도 하셨다고 한다. 현재까지 활동중이신 작가님 중 한 분이며, 대표작은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풀꽃’과 세계를 홀린 BTS 노랫말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지난번 상현이랑 술 마시며 각자 좋아하는 시를 읊은 적이 있다. 나는 블로그에도 올린 <깊은 물>, 상현이는 <하여가>를 낭독했었다. 정말 좋은 추억으로 지금까지 간직되고 있다. 다시 있을 취중 시 낭독회?를 기대하며 나태주 시인의 작품도 기록해 본다.
<틀렸다>
돈 가지고 잘 살기는 틀렸다명예나 권력, 미모 가지고도 이제는 틀렸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고
명예나 권력, 미모가 다락같이 높은 사람이 얼마나 높은가!
요는 시간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허락된 시간
그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써먹느냐가 열쇠다
그리고 선택이다
내 좋은 일, 내 기쁜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고르고 골라
하루나 한 시간, 순간순간을 살아보라
어느새 나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기쁜 사람이 되고
스스로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틀린 것은 처음부터 틀린 일이 아니었다
틀린 것이 옳은 것이었고 좋은 것이었다
<좋은 아침>
내가 세상한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눈물이 날 것이다
내가 세상한테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더욱 눈물이 날 것이다
아침에 문득 받은 전화 한 통
핸드폰 문자 메시지 한 구절이
우리에게 좋은 세상을 약속한다
나는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렇게 말해보자.
<꽃들아 안녕>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끝끝내>
너의 얼굴 바라봄이 반가움이다
너의 목소리 들음이 고마움이다
너의 눈빛 스침이 끝내 기쁨이다
끝끝내
너의 숨소리 듣고 네 옆에
내가 있음이 그냥 행복이다
이 세상 네가 살아있음이
나의 살아있음이고 존재이유다.
<혼자서 2>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아버지>
왠지 네모지고 딱딱한 이름입니다
조금씩 멀어지면서 둥글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이름입니다
끝내 세상을 놓은 다음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이름이기도 하구요
아버지, 이런 때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마음속으로 당신 음성을 기다립니다.
<육친>
모처럼 만난 딸아이
시집 가 아기 낳고 사는 딸아이
어려서 보드레하던 손
가늘고 새하얗고 예쁘던 손가락
헤어져 돌아오면서
내 손을 들여다보았더니
거기에 딸 아이의 손가락이 와 있었다
뭉뚝한 엄지 검지 가운뎃손가락
그나마 갸름한 무명지 새끼손가락
손을 비벼 보니 꺼끄러운 느낌
거기에 딸 아이의 손바닥이 또
와 있는 것이었다.
<꽃잎>
천사들이 신었던
신발이 흩어져 있네
미끄럼틀 아래
그네 아래 그리고
꽃나무 아래
무슨 급한 일이 있어
천사들은 신발을 벗어둔 채
하늘나라로 돌아간 것일까?
많은 걸 알지 않아도 부끄러움이 없고
여러 곳을 돌아보지 않아도 목마름이 없다면
얼마든지 고운 세상을 살 수 있는 일이다.
아무한테도 상처 받지 않고 비웃음 당하지 않고.
728x90반응형'감상하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조예은, 칵테일, 좀비, 러브 (0) 2023.11.01 [소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1) 2023.08.24 [소설]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0) 2023.08.08 뉴진스 뮤비 해석 Cool With you & Get up / 프시케와 에로스 그리스 신화 이야기 (0) 2023.08.05 [소설] 헤르만 헤세, 데미안 (1) 2023.08.02